[인터뷰+] '방법:재차의' 엄지원 "수동적 女캐릭터, 한계 깨려 애썼죠"

입력 2021-07-23 15:43   수정 2021-07-23 15:44

최연소 임원 출신의 아마추어 최고령 산모('산후조리원'), 만삭의 몸으로 좀비 때려잡는 주유소집 맏며느리('기묘한 가족'), 홀로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미씽: 사라진 여자'), 저돌적인 지능범죄수사대 형사('마스터') 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진취적이거나 때로는 친근한 여성의 얼굴을 연기해 온 배우 엄지원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방영돼 호평 받은 드라마 '방법'의 스핀오프 '방법:재차의'(김용완 감독)를 통해 올여름 관객들을 찾는다.


'방법:재차의'는 K-좀비의 아버지 연상호 감독이 쓰고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한국 샤머니즘+오컬트 영화다. 지난해 드라마를 통해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다 죽도록 저주하는 것'을 뜻하는 ‘방법’(謗法)의 개념을 선보였고, 영화에선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在此矣)라는 신선한 소재를 더해 세계관을 확장했다.

엄지원이 말하는 영화 '방법:재차의'는 딱 여름 시즌을 겨냥한 오락영화다. 그는 "이런 시기에 극장에서 개봉을 하게 된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 드라마로 시작해 영화까지 나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드라마에 이어 전직 사회부 기자로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 대표를 맡은 임진희 역을 연기했다. 극중 임진희는 라디오 출연 중 3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살인사건의 범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살아난 시체 재차의의 존재를 알게 된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 사라졌던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이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임진희와 합심해 진실을 파헤친다.

엄지원은 흡입력 있는 연기로 관객들을 ‘방법 유니버스’로 안내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러닝타임 절반 이상이 엄지원 홀로 '하드캐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닝타임 내내 제가 나온다는 생각은 안 하고 봤어요. 보다 보니 혼자 많이 연기했더라고요. 촬영하면서는 어떻게 재차의가 구현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연기의 강약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특히 블루 스크린용 연기가 처음이라 어색함이 많았습니다. 드라마, 영화 두 번이나 해봤으니 다음번엔 정말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방법'은 지난해 방영 당시 한국적인 오컬트 스릴러물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도 선방했다. 엄지원은 드라마로 시즌 2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 스핀오프 형식의 영화를 제작한 연상호 작가의 아이디어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고 하지 않나요? 그 안에 '방법 유니버스'도 있어요. 연 작가님은 믿을 수 없는 추진력으로 시나리오를 쓰세요.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포부와 계획을 말씀해 주셨는데, 이번 영화 제안받았을 때 '진짜 하네?'라는 놀라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 작가님의 팀이 되어 기발한 플랜들을 함께하는 것에 신이 났어요."

특히 영화화된 '방법'에 대한 만족도가 컸다. 드라마는 회당 에피소드가 중요한 반면 영화는 2시간 동안 한 에피소드를 밀도 있게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락적 완성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방법:재차의’는 엄지원, 정지소, 오윤아, 이설까지.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방법' 시리즈의 중심에 임진희라는 여자가 있다는 것. 남성 캐릭터가 할 수도 있었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여기자라는 점이 제게 의미가 있는 부분입니다. 올여름 시장에 유일한 여성 서사의 영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임감과 감사함이 커요. 물론 모든 한국 영화가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엄지원은 드라마 속 임진희에게서 느낀 '한계'를 영화에서 풀어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영화 속 임진희는 더욱 능동적인 캐릭터로 보완됐다.

"드라마 속 임진희는 사건들이 일어나면 그저 리액션만 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바라만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 보완하고 싶었어요. 임진희가 유일한 ‘사람’이거든요. 기이한 사건을 대처할 때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두 번째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메리트도 분명했다. 인물에 대한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더 수월했다고. "확실히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은 캐릭터를 만들 때 공을 들이고 구체화시키는데 이미 한번 체화 된 인물이기에 잘 할 수 있었어요. 혹시 다음 시즌이 성사된다면 세 번째 시리즈의 연기는 진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디어 감을 잡았다고 했어요."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엄지원과 정지소의 '워맨스'(우먼+로맨스)에도 주목한다. "정지소는 능력치가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어요. 살도 놀랍도록 많이 뺐죠. 소녀인데 멋있는 느낌이 나와요. '워맨스' 코드는 의도한 게 아닌데 시청자들이 잘 봐주신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연기가 잘 붙어서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정지소는 후반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제가 생각할 때 연상호 작가께서 다음 시즌을 위해 남겨두신 것 같다”며 “정지소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아껴 주셨다고 생각한다"라고 귀띔했다.

'재차의'의 백미는 기존 좀비와는 다른 재차의 군단의 기괴함이다. '부산행', '반도', '킹덤'에 참여한 전영 안무가는 재차의의 걸음 보폭, 시선 방향, 팔의 각도까지 주의를 기울였고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또 강도 높은 카체이싱 액션도 박진감 넘치는 쾌감을 전하며 관객들에게 시원하고 짜릿한 오락영화의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엄지원이 꼽는 관전포인트도 재차의와 카체이싱 신이었다.

"재차의는 K-좀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촬영할 때 이상하게 무겁고 멋있다는 생각이 공존했죠. 액션신들은 위협적이면서도 군무 같은 느낌에 넋을 놓고 바라봤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신은 카체이싱 신인데요, 상암에서 시작해 여수, 이천 등 로케이션을 바꿔가며 공들여 촬영했어요. 한 번에 쭉 촬영하는 게 아니라 텀이 있어서 감정이란 퍼즐을 맞추려고 특별히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엄지원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연기였다. "배우 입장에서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아쉬운 점이 많지만 '방법'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다음이란 '플랜'이 있는 작품이라 앞으로 잘 만들어가야 하는 소중한 느낌이에요. ‘아 단추가 이렇게 끼워졌구나’,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라는 생각이죠."

엄지원은 '방법' 두 번째 시리즈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제작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견했다. "영화 마지막에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드라마 속 천주봉(이중옥)이 등장해요. 다음 시즌에 대한 암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엄지원은 앞으로의 20년 또한 지금처럼 연기자의 길을 잘 걸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연기를 오래 할 수 있고,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있어요. 20년 뒤에도 작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갖고 있는 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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